전남 신안은 대한민국 최서남단에 위치한 행정구역이다.

1025개 섬들로 둘러싸인 ‘섬들의 천국’. 하지만 섬을 측량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고된 일들의 천국’이다.

그래서 한국국토정보공사 광주전남지역본부 신안지사는 직원들이 근무하기 어려워하는 곳 중에 하나.

‘지적인의 날’이나 마찬가지인 LX의 마흔 한 번째 생일(7월1일)을 맞아 고군분투하는 LX인을 만났다.

27일 오후 2시 전남 신안지사에서 만난 조 면 팀장(50)의 얼굴에서 바람의 흔적이 보였다.

매주 새벽 바닷바람을 뚫고 2~4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서 측량하기를 수만 번째.

이곳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면 구릿빛 얼굴의 뱃사람이 되고야 만다.

조 팀장은 “이제는 익숙해졌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안은 다 섬들이기 때문에 측량하려면 이동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직원들 대부분 평균 오전 7시에 출근하고요, 매주 새벽 5시30분이나 6시10분 첫 배를 타야 할 때도 많거든요.”

업무용 차량의 진입이 어려운 가거도의 경우 토탈 스테이션, 폴대, PC 등 40kg를 육박하는 측량장비를 잔뜩 지고 갈 때는 그야말로 고역이다.

특히 이런 섬들은 섬들의 위치와 지적도가 맞지 않아 정위치를 구축해야 하는 일들이 잦다.

2003년 자라도에서 경지정리사업 요청이 들어왔을 때 고생하면서 마을의 정위치를 처음 구축했을 때 비로소 보람을 느꼈다.

“물론 힘들긴 하지만 보람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숨겨진 비경에 둘러싸여 일하는 기쁨이 있거든요. 신안군 ‘비금‧도초도’의 하누넘 하트해변에 가보셨습니까. 아마 가보시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그림 같이 펼쳐져 그냥 눌러 앉아 있고 싶어질 겁니다. 또 값싼 가격에 즐기는 자연산 광어, 병어, 홍어의 맛도 한 번 맛들이면 헤어 나올 수 없죠.”

이어 조 팀장은 전국 12개 본부, 169개 지사에 근무하는 4000여 명의 직원들이 발품 팔아 작성한 맛집 책자인 ‘땅 이야기, 맛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LX의 뛰어난 조직력을 이야기했다.

“저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번 창립 마흔 한 번째 돌을 맞아 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고생하시는 직원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국민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조 팀장은 “날씨와 같은 기후변화로 인해 업무가 진척이 없을 때도 있다”며 “직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배려하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십사 하고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창립 41주년 기념식 맞아 공사와 함께 자신의 업무를 설명한다면.

공사가 3년 전 대한지적공사에서 한국국토정보공사로 사명을 변경한 후 LX를 잘 모르는 분들이 있다. LX는 ‘land eXpert’를 조합한 것이다. 즉, 땅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근무하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신안지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측량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무엇인지.

"신안지사는 다들 근무하기 피하는 지사 중 하나다.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위치한 신안은 1025개 섬으로 이뤄진 섬들의 천국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드냐. 일단 섬으로 측량하기 위한 이동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삼시세끼’로 유명해진 ‘만재도’나 ‘우이도’를 들어가려면 당일치기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섬끼리 연결이 안 돼 있는 곳이 많다 보니 2~4시간 배를 타고 섬에 가려면 평균 오전 7시에는 출근하고, 주마다 새벽 4시30분~5시 첫 배를 타야 하는 날이 있다. 아무리 빨리 일을 마무리해도 지사에 오면 오후 8시다. 또 가거도 같은 섬은 가는 데만도 4시간이 걸리지만, 우리 업무용 차량을 가지고 갈 수가 없어 무거운 측량장비를 다 들고 가려면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자도나 개도에 측량하러 가면 잘 곳이 없어서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이런 지리적 여건이 공사 직원들로 하여금 일 더미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도록 만든다." (웃음)

▶그동안 잊을 수 없었던 순간, 보람된 순간은.

"10년을 근무했어도 배 멀미는 여전하다. 한 번은 급한 측량 때문에 흑산도에서 대장도를 들어가는데, 배가 없어서 선외기(대여섯 명만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배)를 타고 들어갔다가 파도가 너무 높아서 이러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신이란 신은 죄다 찾았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은 배를 타고 갈 때 배 멀미를 적게 하는 곳에 찾아서 간다. 배 한 가운데, 아래층, 엔진 뒤쪽이 배 멀미가 적게 하는 명당이다. 비금면 수치도를 갔을 땐 잠잘 데가 없어서 콘테이너 박스에서 자고 연못에서 세수하고 일주일을 근무하고 나왔는데, 가족들의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업무상 고충이다. 그럼에도 지적도와 섬의 위치가 잘 안 맞는 지역들이 생각보다 많다. 3개리가 모인 자라도의 경우 지적도와 마을의 위치가 안 맞아서 엄청 고생하면서 정위치를 제대로 구축했었다. 카메라만 대면 그림이 되는 병풍을 친 듯한 멋진 비경에 둘러싸여 일하는 것은 복된 일이기도 하다. 또 고생한 직원들과 함께 자연산 광어나 병어, 홍어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신안의 숨은 비경을 꼽는다면.

"너무 많아서 다 꼽기 힘들다. 신안의 섬은 자전거 타는 분들에게는 이미 유명하다. 모든 섬의 자전거 도로가 기가 막히게 잘 닦여 있기 때문이다. 섬을 뺑 둘러 자전거를 한 바퀴 타고 가면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신안군 ‘비금‧도초도’는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 유명한 비금 하누넘 하트해변에 가면 쉽게 볼 수 없는 에메랄드빛 바다색깔과 그림 같이 펼쳐져 그냥 며칠 눌러 앉아 있고 싶어질 것이다. 임자도는 12km에 걸쳐 펼쳐진 가장 긴 모래사장으로 유명하다. 모래입자가 너무 가늘어 차로 드라이브를 하면 바퀴가 빠지지 않을 정도다. 매년 4월에는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을 물들이는 형형색색의 300만 송이 튤립축제로도 유명하다."

▶ LX의 가장 큰 경쟁력은.

"우리 공사는 전국 12개 본부, 169개 지사에 400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각 지역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현장에 강한 맨 파워가 우리 공사의 최고 경쟁력 아닐까 싶다. 또 우리 직원들이 정이 넘친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걸 서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얼굴 한 번 본적 없어도 측량하는 직원들을 보면 커피 한 잔, 음료 한 잔이라도 서로 건네게 된다. 우리 공사가 2년 전 발간한 맛집책자 ‘땅 이야기, 맛 이야기’도 우리 공사의 맨 파워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나만 알고 싶은 맛 집을 모았다."

▶‘LX는 나에게 00이다’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LX는 나에게 인생이다. 보조직부터 시작해서 정식 사원이 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고생하며 서로가 끈끈한 네트워크로 엮여져 있기 때문에 가족보다 더 가족 같다. 또한 서로의 팀워크가 잘 맞아야 업무도 잘 할 수 있지만,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내 인생의 전부가 녹아 있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신안지사는 섬으로 이뤄진 곳이 많아 이동거리도 길고, 태풍주의보나 안개주의보와 같은 기상이변에도 업무가 영향을 많이 미치는 지역이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업무가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마무리되지 않을 때가 많다. 하루 빨리 측량이 마무리되길 바라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하시겠지만, 저희도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 만큼 좀 더 너그러이 바라봐주시길 부탁드린다. "

광주전남지역본부 신안지사 근무 중인 조면 팀장(50)은 전남 무안이 고향으로 97년 입사해 신안지사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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